낙서장

차·카메라·오디오… 남자들의 장난감에 대해

끝없는 바다 2008. 5. 8. 09:10

놀아도 되나?, 그래 놀자 기왕이면 폼나게 잘.....

[일사일언] 차·카메라·오디오… 남자들의 장난감에 대해

김정희·고고오디오 대표

입력 : 2008.05.07 23:49

▲ 김정희

진부한 얘기지만 밥 먹고 사는 게 해결된 남자들의 장난감이 자동차, 카메라, 오디오라는 이야기가 있다. 셋의 공통점은 폼이 난다는 점과 돈이 한없이 들어간다는 점, 그리고 이내 싫증을 낸다는 점이다. 그것이 장난감의 본질이기도 하다.

하이파이 오디오를 장만해서 업그레이드도 하고 각종 액세서리도 추가하는 취미를 통상 '오디오 한다'고 말한다. 오디오 하는 남자들을 매일같이 대하면서 한국의 중년남자들이 뭐하고 노나 하고 생각해 보면 술 마시기, 노래방에서 고함 지르며 스트레스 해소하기, 살아남기 위해(운동의 즐거움보다는) 뱃살 빼기 등등인 것 같다. 이것이 노는 건지, 그게 아니라면 뭐하고 노는지 솔직히 모르겠다.

중요한 건 중년이 된 남자들이 잘 놀 줄 모른다는 사실이다. 모른다는 건 배운 적이 없었다는 것. 우리 사회가 줄곧 일하는 걸 권장해 왔고 지금도 해 오고 있지만, 잘 노는 방법에 대해선 아무도 제대로 이야기한 적이 없었다. 그나마 오디오 취미가 있는 이들은 행복한 축에 들어간다.
오디오에 한번 맛들인 남자들은 마누라 눈치 보면서 살금살금 기기를 업그레이드하는 재미에 빠진다. 나는 그들과 공범이 되는 현장에 기꺼이 즐겁게 참여한다. 멀쩡하게 돈 받고 판매한 것을 붉은 사인펜으로 '비매품'이라고 적어 주고 신품을 그 자리에서 중고로 만들어 주기도 한다. 도끼눈을 부릅뜨고 오디오숍에 동행한 부인에게 나는 밉지 않게 보이도록 웃으면서 말한다. "영감님 돼서 공원에서 장기 두는 거보다 음악을 벗삼는 게 훨씬 품위 있게 늙어 갈 수 있어요. 에구, 너무 미워하지 마세요."

오디오로 놀든 카메라로 놀든, 자동차든 여행이든, 열심히 일한 당신, 이제 좀 놀아도 된다. 이왕이면 놀 거 제대로 놀면 금상첨화다.
From : www.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