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민간인통제선(민통선) 안은 희귀 야생(野生) 동물들의 천국이다. 산양과 수달, 삵, 담비 같은 멸종위기 동물들이 대거 발견된 데 이어, 그간 소문으로만 떠돌던 반달가슴곰과 사향노루의 서식 사실도 확인됐다. 특히 표범과 같은 고양잇과 대형 맹수들도 “민통선 안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이런 사실은, 서울대 신남식 교수(수의학부)팀이 환경부 연구용역으로 강원도 내 민통선 일대를 대상으로 지난 1년간 실시한 ‘멸종위기 포유동물 정밀조사 사업’에서 드러났다.

◆사향노루, 반달곰 서식 확인돼

환경부는 30일 강원도 화천과 양구, 인제, 홍천 등지의 비무장지대(DMZ) 인근 민통선 구역에서 무인(無人) 센서카메라로 찍은 멸종위기 동물들의 생생한 사진을 공개했다. 한밤중 깊은 산속을 거닐던 산양(山羊·천연기념물 217호)이 삵의 출현에 깜짝 놀라는 모습과, 얼음이 언 호숫가에 물을 마시러 나타난 수달(천연기념물 330호), 눈 속에서 먹이를 찾는 담비 등의 모습이 담겼다. 신 교수팀은 조사대상 지역에 동물의 움직임이 감지되면 자동으로 촬영할 수 있는 무인 센서카메라를 96대 설치해, 지난 1년간 모두 2500여 장의 각종 동물들의 야생 사진을 찍었다. 연구팀의 주광영 박사는 “이들 동물의 서식처는 일반인들은 물론 군인들의 발길도 잘 닿지 않는 곳에 주로 자리잡고 있었다”고 말했다.
▲ 50원짜리 동전 크기와 비교한 사향노루 배설물(왼쪽), 반달가슴곰 배설물. /환경부 제공

반달곰(천연기념물 329호)과 사향노루(천연기념물 216호)의 서식 사실은 연구팀이 현장에서 배설물(똥) 조사를 통해 확인했다. 반달곰의 경우 양구군 대암산 자락에서 세 차례에 걸쳐, 사향노루는 양구군 천미리 지역의 2개 장소에서 배설물(사진 참조)이 각각 확인됐다. 주광영 박사는 “반달곰과 사향노루를 사진으로 직접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배설물을 발견한 것은 이들 동물이 이 지역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증거”라고 말했다.

이로써 국내 야생 반달곰의 서식처로 확인된 곳은 모두 세 곳으로 늘어났다. 2001년과 2002년엔 지리산 대성골에서 무인 카메라에 반달곰의 모습이 찍혔고, 2005년엔 강원도 철원 DMZ 안에서 군부대의 야간 감시장비를 통해 반달곰이 촬영됐었다. 사향노루의 경우, 2005년 수컷 한 마리가 민통선 일대에서 잡힌 데 이어 이번에 또 다른 사향노루의 서식이 확인됨으로써, 멸종위기에 처한 사향노루의 인공 번식사업이 한결 추진력을 갖게 됐다. 환경부는 현재 암컷 사향노루를 포획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반달곰 등과 함께 주요 조사대상이었던 여우에 대해선 “서식 흔적을 전혀 확인하지 못했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 강원도 민통선 일대 숲 속을 거닐다 무인 카메라에 찍힌 멸종 위기 동물인 삵의 모습. 환경부 용역을 받아 민통선 일대 멸종 위기 동물 조사를 벌여온 서울대 신남식 교수 연구팀이 촬영했다. /환경부 제공

◆표범 같은 대형 맹수 서식 가능성 높아

이번 연구에서 특히 눈길을 끈 것은 표범에 대한 조사결과이다. 표범을 유인하기 위해 죽은 노루를 밧줄로 묶어 땅에서 2m 높이의 절벽에 매달아 뒀다. 한 달 뒤 절벽 바로 아래에서 노루 사체(死體)가 뼈만 덩그러니 남은 채 발견됐다. 연구팀은 맹수가 아니고서는 접근하기 어려운 높이에 매달린 먹이를 땅 아래로 끌어내렸고, 고양잇과 동물의 특성대로 먹고 남은 뼈가 가지런히 정리돼 있는 점 등의 정황증거를 통해 “표범이나 같은 대형 맹수가 민통선 안에 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했다. 국립환경과학원 김원명 박사는 이에 대해 “서울대팀의 조사결과가 표범의 서식 사실을 확증하기엔 불충분하지만, 표범이 아직 멸종하지 않고 살아 있을 가능성은 높다”고 말했다.
▲ 민통선 일대를 누비고 다니는 다양한 동물들의 흔적. 얼어붙은 호숫가에 물을 마시러 나타난 수달. /환경부 제공

이처럼 민통선 일대가 멸종위기종을 비롯한 각종 희귀 동물의 보고(寶庫)인 것으로 확인됐지만, 이 일대가 밀렵(密獵)의 위험에도 고스란히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민통선 일대에서 수년간 야생동물 서식 실태를 조사해 온 전문가들에 따르면, 밀렵꾼들이 산속 곳곳에 움막 등을 지어 놓고 상주(常住)하다시피 활동하고 있는데도 단속의 손길은 전혀 미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민통선 일대 곳곳에는 지뢰밭이 아직 남아 있지만 밀렵꾼들은 오랜 경험을 통해 위험지역을 피해 다니면서 밀렵 행위를 하고 있다”며 “관계 부처 등과 협의해 민통선 일대 야생동물 보호를 위한 종합대책을 곧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한밤중 깊은 산 속을 거닐다 뒤쪽에서 번적이는 삵의 눈동자를 보고 깜짝 놀라는 산양. /환경부 제공
▲ 어둠 속에 배회하는 수컷 노루. /환경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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